저작권상담실

편집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의 기준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0
조회
109

글/ 김 기 태(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권 전문위원)



사례 01

A출판사에서는 편집부에서 각종 법원 판례 중 지적재산권에 관한 내용만 골라 엮은 다음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 <지적재산권 판례평석>을 출간했다. 그런데 얼마 후 B출판사에서 <지적재산권 판례선집>이란 제목으로 거의 유사한 판례가 들어 있는 도서를 출판하는 바람에 서점에서는 불가피하게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A출판사는 자사 도서에 대한 저작권 및 출판권 침해를 중단하라면서 B출판사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라고 요구했으나, B출판사에서는 A출판사 발행도서의 내용 중 해설 부분을 이용하지 않았으며 판결문에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A출판사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사례 02

갑출판사에서는 국가기술자격시험 관련 기출문제집을 출간하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로 하여금 문항별 해설을 집필하게 한 다음 이를 합쳐서 연도별로 5년에 걸쳐 모두 5권의 도서를 발행하였다. 그런데 최근 을출판사에서 다른 필자를 내세워 갑출판사의 도서 5권의 내용을 발췌하여 1권으로 요약 발행함으로써 갑출판사가 그 동안 유지해 왔던 시장 점유율이 현저하게 하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을출판사에서는 기출문제 그 자체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해설 자체에도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저작물이란 무엇인가?

필자가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른바 ‘편집저작물’을 둘러싼 다툼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당사자의 경우 ‘저작권 침해’일 것이라는 심증은 확실한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와 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이 보유한 저작물 유형이 ‘편집저작물’이라는 인식조차 거의 없거나 인식하고 있더라도 편집저작물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편집물(編輯物)’이란 이미 존재하는 저작물 또는 기타 자료 등을 수집·선정·배열·조합·편집 등의 행위를 통해 전체로서 하나의 저작물이 되도록 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첨단기술의 산물로서 데이터베이스(database)처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 것들도 포함되며, 그러한 것 중에서 소재인 저작물이나 자료들을 선택하거나 배열함에 있어서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들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독자적인 저작물인 편집저작물임을 밝히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편집저작물에 해당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이는 여러 개의 저작물 또는 여러 가지의 자료를 특정한 의도에 따라 정리하고 배열하여 만들어 낸 저작물로서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을 포함해서 출판물에서는 신문ㆍ잡지 등의 정기간행물을 비롯해 학술ㆍ문예 작품집이나 사전ㆍ연감ㆍ시가집ㆍ법령집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편집저작물은 구체적인 저작물의 편집물일 수도 있지만, 저작물이 아닌 단순한 사실이나 자료만을 모은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문학전집(文學全集) 또는 선집(選集)ㆍ백과사전(百科事典)ㆍ신문ㆍ잡지 등은 저작물의 편집물이며, 국어사전 또는 영어사전이나 전화번호부 등은 단순한 사실이나 자료의 편집물이다. 그런데 편집저작물의 보호는 그 편집방법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물에 구현된 편집방법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한국대표문학선집의 편집방법을 모방해서 중국대표문학선집을 작성했더라도 그것은 내용 자체가 전혀 다르므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편집저작물의 저작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제3자가 그것과 유사한 편집저작물을 무단으로 작성해서 이용했을 경우에 한정되며, 편집저작물 중의 일부 저작물만을 누군가가 무단으로 이용했다면 그 저작물의 원저작자의 권리만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사례 분석 및 시사점

서두에 예시한 사례의 경우 <사례1>은 B출판사가 A출판사의 편집저작물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사례2>의 경우에는 갑출판사 발행도서의 편집물로서의 창작성에 비추어볼 때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출판업무에 있어 일선 편집자들이 출판기획을 하다 보면 위에서 살핀 ‘편집저작물’ 형태의 도서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편집부 엮음’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편집저작물이 책으로 나와 서점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각종 단체에서 만드는 비매품 책자로서 내부 종사자 또는 관계자들을 위해 제공되는 편집저작물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편집물 형태의 도서에 있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지 난감해지곤 한다.

어쨌든 편집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일정한 방침 혹은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수집·분류·선택하고 이를 배열하여 편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창작성은 반드시 작품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은 있어야 하고, 누가 작성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아울러 편집저작물의 저작자란 “그 편집물의 창작활동에 주체적으로 관여한 자”를 말한다. 창작성의 기준인 소재의 선택 혹은 배열을 행한 자가 저작자란 뜻이다. 이외에 편집방침을 결정하는 것도 소재의 선택·배열을 행한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소재의 선택·배열의 창작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편집방침을 결정한 사람도 그 편집저작물의 저작자로 볼 수 있다. 또, 편집작업에 관여했으나 소재의 선택 혹은 배열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저작자로 볼 수 없다. 예컨대, 북디자이너로서 책의 레이아웃에 관여한 것은 편집저작물에 있어서 배열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저작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편집저작물의 작성과정에는 다수인이 관여하며, 어떤 단체에 소속되거나 타인에게 고용되어 창작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인이 관여하는 경우에는 편집저작물상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하며, 그 다수인이 출판사 같은 회사나 법인에 근로자로서 근무하고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저작물에 해당되어 법인 등 단체에 편집저작권이 귀속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편집저작물상 저작권은 창작적인 표현, 즉 소재의 선택 혹은 배열상 창작적인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주어지는 권리이다. 따라서 편집저작물상 저작권은 제3자가 이러한 선택 혹은 배열을 전체적이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이용했을 경우 침해문제가 대두된다. 단지 개별적인 구성부분이 이용되었다면 편집저작물의 저작권 침해가 아니며, 이용된 구성부분들이 보호되는 선택 혹은 배열이 반영된 경우에야 침해가 된다. 여기서 편집저작물이 부분적으로 무단이용된 경우 편집저작물상 권리자의 보호범위가 문제될 수 있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편집저작물을 전체로 이용(복제)해야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편집물 중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관해 창작성이 있는 부분을 이용하면 반드시 전부를 이용하지 않아도 저작권의 침해”라고 판시한 것처럼 부분적인 편집저작물의 이용에서 창작성이 인정되는 소재의 선택 혹은 배열이 이용되었는가의 여부가 쟁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록 편집저작물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에 있어서 편집저작물의 일부라는 점이 연상·감지된다면 편집저작권의 침해로 볼 수 있겠다.

결국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하는 편집저작물의 보호는 그 편집방법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물에 구현된 편집방법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울러 편집저작물의 저작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제3자가 그것과 유사한 편집저작물을 무단으로 작성해서 이용했을 경우에 한정되며, 편집저작물 중의 일부 저작물만을 누군가가 무단으로 이용했다면 그 저작물의 원저작자의 권리만이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