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신간 보도자료에 의거한 서평기사의 저작권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2
조회
19

김 기 태
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권 전문위원




신간 서평기사의 저작권

몇 년 전 출판계 전반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서평기사를 둘러싼 온라인신문과 출판사의 갈등이 최근 재현되고 있는 모양이다. 중앙일간지의 기사에 대한 공중송신권을 맡아 행사하고 있는 일부 온라인신문에서 자사 신간도서에 대한 서평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출판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이 특정 법률사무소 명의로 발송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온라인신문은 저작권 침해행위를 문제 삼고 있지만, 해당 출판사에서는 신간 홍보를 위해 담당기자에게 발송한 보도자료와 신간에 의거해서 기사가 게재되었는데 일방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이라고 하고, 이러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에게 배타적 권리인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저작권법은 제7조 제5호에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이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경우 ‘저작물성’이 없으므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저작물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사실보도에 대한 접근 혹은 알권리 차원의 공익목적을 위해 저작권 보호의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뜻일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저작물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만일 후자의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범위에 속하지만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곧 신문기사의 경우 그것의 ‘저작물성’을 바탕으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취지는 실제로 어느 지방신문사의 편집국장이 연합뉴스의 기사 및 사진을 복제하여 신문에 게재한 사안에서, 복제한 기사 및 사진 중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정도를 넘어선 것만을 가려내어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행위의 죄책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6.9.14. 선고 2004도5350 판결)에 잘 나타나 있다. 대법원은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법 제7조에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열거한 취지에 대해, “이는 원래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외부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일 뿐 그 표현의 내용이 된 사상이나 사실 자체가 아니고, 시사보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고 정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창작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정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이 제시한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된 기사의 경우 저작자의 개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창작성이 없다”고 볼 수 있고, “저자의 개성이 나타난 기사는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판단 역시 ‘저작물성’에 바탕을 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자가 신간을 읽고 그 가치를 판단하여 서평기사를 작성했다면 이는 당연히 저작물 창작 행위이므로 저작권이 발생하게 된다.




공동저작물로서의 신문기사와 저작권

한편, 신문기사 중 창작성 있는 부분의 저작자가 기자와 더불어 여러 사람이 될 수 있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사의 대부분이 정치·경제·스포츠·연예계의 현실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분석과 전망의 근거로서 취재 분야의 전문가와 연예인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뷰한 내용을 직접 인용하거나 간접으로 인용하더라도 인터뷰 상대방의 표현에 별도의 창작적 표현이 추가되지 않는 한, 그 부분에 대한 저작권은 인터뷰에 응한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인터뷰를 근거로 한 기사의 경우에는 전체 기사를 인터뷰 상대방이 대답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으로 나누고, 전자의 경우 인터뷰 상대방이 실제로 대담한 표현과 기사의 표현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 그리고 다른 부분이 있다면 별도의 창작성을 인정할 정도로 표현의 변경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인터뷰 상대방이 실제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입증이 힘들 것이고, 인터뷰한 내용은 실제 인터뷰의 표현과 거의 유사하게 표현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기사 중 인터뷰에 의한 것으로 표기된 부분은 기사의 저작자가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고, 인터뷰 기사 중 인터뷰 상대방이 대답한 것 이외의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 별도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기사는 ‘2차적저작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는 어떻게 될까?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두 사람 이상이 작성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가리켜 ‘공동저작물’이라고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저작물에는 그것을 작성한 주체가 하나인 경우, 즉 단독저작의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자가 여럿인 경우도 있다. 공표된 도서를 예로 들면, 저작물을 작성한 저작자의 유형에 따라 흔히 ‘저(著)’ 또는 ‘지음’, ‘역(譯)’ 또는 ‘옮김’, ‘편저(編著)’ 또는 ‘엮음’ 등의 단어가 따라붙는다. 여기서는 순수한 창작인가, 아니면 다른 언어로 옮긴 것인가, 또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여러 편의 저작물 중에서 가려 뽑아 그것을 엮어 새로운 저작물을 작성하였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만약에 저작자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이라면 저작자의 표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공저(共著)’ 또는 ‘공역(共譯)’, ‘공편(共編)’ 등이 그것인데, 이런 경우의 저작물을 일단 ‘공동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작자가 둘 이상인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질을 살펴보면 사뭇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같이 작성했지만 각각의 저작자가 각자 작성한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저작물 속에서 누가 어디까지 작성하고 어디까지 손대지 않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저작권을 행사함에 있어 그 권리의 주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저작물에 관한 정의규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도자료에 의거하여 작성된 서평기사라면 보도자료를 작성한 출판사와 서평기사를 작성한 기자(언론사)의 공동저작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기왕에 보도자료를 보냈다는 점에서 그것을 이용한 것 자체를 출판사가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를 가져다 썼다고 해서 이를 저작권 침해로 공격하는 것은 몰염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기자는 기사 말미에 해당 보도자료의 출처를 명시해야 마땅하다.

결론적으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와 보도자료의 내용에 새로운 창작적 표현이 추가되지 않은 채 기사화된 경우, 누군가 그 기사를 마치 자신이 취재하여 작성한 것처럼 이용한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다만, 언론사의 경우에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실천요강에 기사의 출처명시와 표절금지가 규정되어 있어서, 이를 위반한 경우 위원회의 심의·결정에 의해 공개 또는 비공개 경고나 주의조치를 받을 뿐이다.

신문기사의 취재와 편집은 비록 그 내용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것이라도 사회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신문기사의 취재와 편집행위 과정에 표절과 같은 무임승차 행위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아무쪼록 우리 언론인들은 “언론사와 언론인은 신문, 통신, 잡지 등 기타 정기간행물, 저작권 있는 출판물,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내용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내용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신문윤리실천요강’ 제8조의 규정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출판계와 언론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평기사에 대한 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