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저널리즘 활동과 저작재산권의 제한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3
조회
18

글/ 김 기 태_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신문기사나 방송 뉴스를 보면 특정 저작물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특정 인물의 어록이 여과 없이 또는 편집되어 상당부분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모를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모두 저작권자로부터 저작물 이용허락을 얻어서 이용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이메일을 통해 들어온 질문이다. 지난 호에서 “신간 보도자료에 의거한 서평기사의 저작권”에서 살펴보았거니와, 저널리즘 활동과 저작물 이용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저작권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저널리스트들의 고충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해서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에서 저널리즘 활동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작재산권의 재한과 공정이용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로서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에 대해 여러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을 제정한 목적이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와 관련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으므로 공공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저작재산권은 물권(物權)과 같은 소유권에 속하는 배타적인 지배권이므로 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은 그 보호기간이 지나지 않은 이상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함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저작권 역시 다른 사권(私權)과 마찬가지로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공익적인 차원의 제한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뜻을 반영하여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개인적 이익과 사회의 공공적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 즉 저작물의 자유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이 정하는 조건에 따라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외국에서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모두 14개 조에 걸쳐 저작재산권에 가해지는 제한의 유형들을 규정하고 있다.

제23조 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제24조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

제25조 학교교육목적 등에의 이용

제26조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제27조 시사적인 기사 및 논설의 복제 등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제29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제30조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제31조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등

제32조 시험문제로서의 복제

제33조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

제34조 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녹화

제35조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36조 번역 등에 의한 이용


저널리즘 활동과 저작권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 중에서 저널리즘 영역과 관계가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먼저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에 있어 “공개한 법정·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행한 연술,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을 시사보도에 이용하는 것은 저작재산권 침해가 아니다. 다만,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에 있어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 법정ㆍ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진술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저작자의 연설이나 진술을 편집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는 베른협약에서 “재판절차에서의 진술 및 정치적 연설 등의 저작자는 편집저작물을 작성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YTN의 시사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돌발영상>은 일반적인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루기 어려운,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소소한 발언이나 행동을 집중적으로 모아 풍자 형식으로 편집하여 방송하고 있지만, 이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하는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에서 벗어나 해당 인물(정치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특정인물의 정치적 연설을 편집해서 이용하려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을 비교하는 형식이거나 편집하지 말고 통째로 이용하는 것이 저작재산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운 이용방식이 아닐까 싶다.

또한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과 관련해서 “방송·신문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시사보도를 하는 경우에 그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은 보도를 위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복제·배포·공연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화랑에 전시 중이던 유명화가의 그림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도난당한 그림을 텔레비전 뉴스 화면으로 방송하거나 신문 또는 잡지에 해당 그림의 복제사진을 싣는 것은 불가피하며, 유명 정치인의 동정에 관한 보도를 하면서 그가 움직이는 화면이나 사진 속에 누군가의 그림이나 기타 저작물이 함께 찍혀 나오는 경우, 음악회에 관한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노래나 연주곡이 들리는 경우 등도 시사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작재산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그 밖에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에 관하여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제2조의 규정에 따른 신문 및 인터넷신문 또는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뉴스통신에 게재된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은 다른 언론기관이 복제·배포 또는 방송할 수 있다.” 다만, 이용을 금지하는 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인용’ 또한 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할 수 있는 정당한 저작물 이용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잡지(雜誌)’의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주무부서의 해설자료에 따르면, 국회 소관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잡지도 정기간행물의 일종이고 시사성이 강한 내용을 게재하고 있으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잡지는 시사성보다 정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방송의 경우, 같은 언론매체이기는 하지만 매 프로그램마다 이용을 금지하는 표시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재규정의 대상에서 제외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이유

이와 같이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작물 이용의 성질에 비추어 보아 저작재산권이 미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타당하지 않은 것.

둘째, 공익적인 측면에서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

셋째, 다른 권리와의 형평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

넷째, 사회적 관행처럼 이미 행해지고 있으며, 저작재산권을 제한해도 저작재산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것.


이처럼 제한하는 이유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저작물이 문화적 소산이므로 이를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규정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 같은 저작재산권의 제한사항은 어디까지나 재산적인 권리에만 미칠 뿐,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으로 요약되는 저작인격권에까지 미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시사보도를 함에 있어 ‘인용’이 허용된 타사의 기사를 가져다 쓰는 경우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 성명과 더불어 해당 언론의 제호 및 발행일을 밝혀야 하며, 기사의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결국 저널리즘 활동을 포함하여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에 해당하는 이용이라 하더라도 이용자들은 ‘공표된 저작물’을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저작물에 표시되어 있는 저작자의 실명 혹은 이명을 반드시 명시해 주어야 하고, 나아가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서 내용을 함부로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