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를 아십니까?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4
조회
25

글_김 기 태(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의 개요

앞으로 대학 및 대학교 강의 현장에서 이용하는 각종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가 도입된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이 제도에 따른 최초 보상금 수령단체로 지정된 사단법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2007년부터 전국 대학들과 적절한 저작권 보상금 기준을 협의해 왔다고 한다. 나아가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의 합의에 가까워짐에 따라 감독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보상금 기준을 고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행 저작권법 제25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25조(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①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의 교육 목적상 필요한 교과용도서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다.

② 특별법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또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 및 이들 교육기관의 수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교육지원기관은 그 수업 또는 지원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방송 또는 전송할 수 있다. 다만,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저작물의 전부를 이용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전부를 이용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규정에 따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자는 수업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2항의 범위 내에서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

④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고등학교 및 이에 준하는 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제2항에 따른 복제·배포·공연·방송 또는 전송을 하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제1항에서는 고등학교 이하의 학교에서 사용하는 정식 교과서에 게재하는 저작물에 대해, 제2항에서는 각급 학교 수업에서 사용되는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자들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그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한 저작물에 대해 제4항에서는 교과서 제작업체(출판사 등) 및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은 사후에 저작재산권자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생겨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는 대학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는 국내외 모든 종류의 저작물을 복제, 전송, 방송, 배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이후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납부해야 하고, 보상금은 수령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를 통해 개별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합리적인 보상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 4년제와 2년제 대학 50곳을 대상으로 저작물 이용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어문·음악·영상 등 저작물 종류별 보상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대학교를 대상으로 공청회, 의견조회를 했으며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저작권자와 대학 간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마련 중이라는 것이다. 논의 중인 기준에 따르면 각 대학은 학내 저작물 이용량에 따라 보상금을 납부하는 ‘개별이용방식’과 정액을 납부하는 ‘포괄이용방식’ 중 금액이 적은 쪽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포괄이용방식의 경우 납부자는 대학이나 학내 저작물 이용량을 추정하기 위해 납부금액은 학생 수를 기준으로 책정되며, 다만 보상금 수령 과정에서의 비용절감 요인을 감안하여 개별이용방식에 비해 상당 수준 할인된 금액이 적용된다고 한다.

이렇게 협의가 완료됨으로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보상금 기준을 고시하면 각 대학은 한국복사전송권협회와 구체적인 보상금 납부 방법을 정하기 위한 개별협약을 하게 되며, 이 협약에 따라 2010학년도 저작물 사용분에 대해 2011년부터 보상금을 납부하게 된다.


누구를 위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인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저작물이 있는 곳에 저작권이 있다”는 말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누누이 살핀 말이지만, 저작권을 부여하는 목적은 “문화 및 관련산업의 향상 발전을 도모함”과 더불어 “창작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함”에 있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잘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저작자(著作者) 양성 방법일 터이다. 그런 까닭에 일찍이 공정이용으로서의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을 마련하여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재산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고등학교 이하의 교과용 도서에 게재되는 저작물에 대해 보상청구권을 인정하더니, 이제는 대학에서의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에까지 보상금을 물리겠다고 하니 필자로서는 사권(私權)으로서의 저작권이 점차 오용(誤用) 내지 남용(濫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더욱이 이 같은 조치가 최종적으로 저작권자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필자 역시 대학에서 이용하는 저작물의 저작권자라는 입장에서 판단하건대,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해당 보상금이 돌아오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앞선다. 즉, 학생 1인당 얼마 하는 식의 보상금 정액제가 과연 정당한 산출 근거에 의한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징수한 보상금을 어떤 방식으로 저작권자 및 그 밖의 권리자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사실 고등학교 이하의 교과용 도서에 게재된 저작물에 대해 사후 보상하는 것은 고정된 저작물을 바탕으로 계산하고 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또 원격대학(사이버대학)에서의 저작물 이용도 그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저작물 이용에 따른 보상금 분배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대학에서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갖가지 저작물의 사용 횟수 및 분량 등을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작권 사용료를 분배하겠다는 말인가?

고등학교 이하의 교과용 도서처럼 대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교재들은 이미 저작권자와 출판권자 사이에 정당한 계약절차를 거쳐 발행된 것들이므로 이를 사용하는 학생 수가 많을수록 저작권 사용료 또한 늘어나게 되어 있고, 출판사를 통해 대부분 투명하게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무단복제물 사용 여부이며, 이는 정상적인 법 적용을 통해 얼마든지 단속하고 손해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럼에도 무조건 대학생 한 사람당 얼마씩 반강제로 보상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그 손해액을 입증해야 한다는 상식에서도 어긋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공정이용으로서의 ‘인용(引用)’을 위한 ‘정당한 범위에서의 사용’ 내지 ‘출처의 올바른 표시’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곧 무엇이 공표된 저작물에 대한 공정한 인용인지, 저작물의 정당한 이용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정이용 및 정당한 이용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인식된다면 보상금을 물리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수업목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는 수많은 저작물에 대한 경외심이 싹틀 것이며, 출처의 표시를 통해 해당 저작자의 명예와 저작물의 가치가 충분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금전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정신적 자산이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밑거름으로 두텁게 쌓일 것이다. 나아가 상습적으로 영리목적의 무단복제를 일삼는 저작권 침해사범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공정이용의 범위를 벗어난 저작물 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대가를 권리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드넓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보상금을 징수하기에 앞서 그것을 어떻게 저작권자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될 것인지 연구하는 일이야말로 주무부처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아닐까. 국가 예산의 절대적인 재원이 되는 세금조차도 경우에 따라서는 감면해주고 있는 판국에 어떻게 쓰일지조차 불분명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의 징수를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공표된 저작물의 공정이용 범위를 보다 넓히는 한편, 그 밖의 무단이용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추궁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전 사회적 공감대로 확산시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