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2010 출판계 저작권 쟁점들이 남긴 교훈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5
조회
16

글/ 김 기 태(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콘텐츠 자산에 대한 출판계의 재인식과 대응 노력

50여 개 출판사가 출자하여 지난 2009년 7월 출범한 ‘(주)한국출판콘텐츠(KPC)’는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범출판계의 노력이 가시화된 구체적인 사례로 거론될 만하다. 출판환경이 급격하게 변모하는 가운데, 책의 형식 또한 더 이상 종이에 머물지 않고 전자책(e-Book), 오디오북, 이러닝(e-Learning) 등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으며, 전자책 리더, 휴대폰, mp3 등의 다양한 전자단말기를 통해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종이책의 디지털화’라는 시장의 흐름을 체감하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결점을 모색한다는 공감대가 바로 KPC의 설립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출판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그 동안 종이책으로만 활용되었던 콘텐츠를 디지털화하여 다양한 활용(One Source Multi Use)성을 부여한다는 KPC의 취지와 운영방향은 출판콘텐츠 시장의 활성을 도모하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전자책 시장의 유통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출판사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더욱 큰 기대를 품게 만든다.

실제 사업분야를 “출판콘텐츠 2차적 사용을 위한 서비스업”으로 설정한 KPC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업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출판권설정계약서만으로는 이 같은 저작물 활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다양한 표준계약서 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저작자(저작재산권자)와의 긴밀한 유대 속에 콘텐츠 공급자의 지위를 더욱 굳건하게 다져나가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e-Book(전자책) : 도서로 간행되었거나 또는 도서로 간행될 수 있는 저작물의 내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여 ‘e-Book’으로 제작한다. eBook의 콘텐츠가 컴퓨터 및 전자책 리더기 등의 다양한 전자단말기를 통해 이용될 수 있도록 e-Book의 제작 및 전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POD(Publish On Demand) : 이미 제작된 전자책을 이용하여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종이책으로 복사 및 출력, 제작을 할 수 있는 POD 서비스를 제공한다.

e-Learning(전자학습) : 도서의 내용을 이용해 인터넷, TV 등의 전자적 수단, 정보통신 및 전파 방송기술을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에 제공되는 디지털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Audiobook(오디오북) : 기존에 제작된 도서의 내용이나 강연 등의 자료를 오디오 음원으로 제작하여 PC, MP3 플레이어, PMP 등 다양한 전자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2차적 이용 다양화 : 원 저작물을 각색 및 편집, 방송사, 공연 제작사 등에 제공하여 영화, 연극, 드라마, 게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출판계로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현재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콘텐츠 제공자, 유통 플랫폼 서비스사, 태블릿 PC를 포함한 단말기 생산자들이 각자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자신들의 입장에서 준비하는 경향이 있다”(이페이퍼포럼 유종현 대표)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유통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전자책 시장과 막연히 경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협력하면서 동반성장할 것인지 모색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견작가들의 표절 시비와 저작권 침해 논란

요사이 우리 중견작가들의 소설 작품이 잇달아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문단과 출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얼마 전 일본 여성사 연구가 ‘혼마 야스코’의 저서를 번역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와 우리 작가 ‘권비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작가 ‘황석영’의 소설 《강남몽》이 모 시사월간지 기자의 저서를 표절했다는 혐의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고종황제의 딸로 태어났지만 비운의 일생을 살다 간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 《덕혜옹주》와 관련하여 일본 저자 혼마 야스코의 주장은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이른바 “<덕혜희> 작가 혼마 야스코의 ‘표절 검토 자료’”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혼마 야스코의 저서에서 무려 43군데에 걸쳐 표절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소설 작가와 출판사 측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그 부당성을 주장하였지만 일본 저자 측에서는 소송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성영의 《강남몽》은 2010년 6월 출간된 베스트셀러로, 일제강점기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까지 훑어가며 부동산 개발, 기업과 권력과의 유착, 조직폭력배 간 암투 등 현재의 강남이 형성되기까지의 역사를 다룬 소설이다. 이에 대해 월간 <신동아>는 최근 주요인물의 만남이나 조폭파벌 내부싸움 등의 서사가 자사의 모 기자가 쓴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동아일보사 펴냄)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논란이 점화되었다. 2009년 1월 출간된 이 책은 필자인 기자가 수십 명의 조직 폭력배를 인터뷰해 엮은 논픽션이다. 한술 더 떠서 월간 <신동아>는 최근호에서 “황석영 해명과 또 다른 의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황석영 씨가 번역한 《삼국지》(2003)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곧 “황석영씨의 《삼국지》는 중국 옌볜인민출판사가 한글로 번역 출간한 《삼국연의》를 베껴쓴 의혹이 있다”, 또 “황씨의 저작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비슷한 시기에 조선로동당출판사가 출간한 《광주의 분노》 등 북한 책 2권과 표현상 닮은 부분이 많고, 이 책의 실제 집필자가 황씨가 아니라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필자가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사실 우리 문단의 표절 시비는 어제 오늘에 비롯된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데,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그 논란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다 보니 새삼스럽게 여겨질 뿐이다. 그럼에도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나면 말 그대로 이러쿵저러쿵 변명만 무성할 뿐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언제나 유보되곤 했다. 문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면죄부를 작가들 스스로 부여했다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나 전문기관(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건다는 의미에서 필자는 얼마 전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 “《덕혜옹주》 표절 아니다”라는, 다소 돌발적인 제목의 글을 게재함으로써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뜻을 중심으로 ‘덕혜옹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필자 나름의 판단을 피력한 바 있다. 아무쪼록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판단을 통해 권리의 오용 내지 남용, 위법한 이용이 아닌 공생 내지 상생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2011년, 다시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매년 세모 때만 되면 떠오르는 생각이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 출판계를 구원해 줄 희망의 끈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아마도 우리 출판인들이 “콘텐츠가 곧 자산(資産)”이라는 인식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오는 ‘책’이라는 상품은 곧 저작권자의 권리가 집적된 결과물인 동시에 출판사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출판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이르기도 전에 사장된다거나 유용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 창출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사업상의 실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신문화의 지체를 부추기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출판사의 적극적인 자산관리 노력이야말로 21세기 출판산업을 살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이제 우리 출판인들에게는 ‘원소스(one source)’로서의 저작물을 도서의 형태로 출판함으로써 ‘멀티유즈(multi-use)’를 향한 발판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어차피 한정된 출판시장에서 한정된 독자를 상대로 무한경쟁에 내몰리다가 주저앉고 말아야 한다면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도서의 형태가 무한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시대에 종이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변신을 모색해 보는 것이 1차적인 시도라면 그 다음에는 저작물의 2차화(번역, 각색, 영상제작 등)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워둘 때가 된 것이다.

결국 ‘원소스 멀티유즈’를 전제로 출판기획을 하려면 애초에 저작권자와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등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거듭 권하건대, 더 늦기 전에 범출판계 공동의 저작권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야 한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처방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체계적이고도 근본적인 저작권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시켜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