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2011년 출판계가 주목해야 할 저작권 동향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6
조회
21

글_김 기 태(저작권상담실 전문위원, 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엊그제 일인 듯 또렷하기만 한데, 새로운 밀레니엄이자 21세기의 서막이 오른 지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변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테지만, 특히 저작권 환경의 급변 양상은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이 시대의 화두가 아닐까 싶다. 명실공히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의 대전환이 진행되었던 지난 10년 동안 ‘저작권’만큼 몸살을 앓아야 했던 분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과도기적 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제 그 끝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에 새로 재편될 저작권 환경의 도래가 우리 출판계로서는 또 한 번 끝없는 불황이라는 시련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발전적인 응전의 계기를 주게 될는지 판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우리 앞에는 어떤 저작권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저작권은 출판의 동반자인가, 아니면 파괴자인가. 떠오르는 숱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우선 당장 우리가 처해 있는 저작권 현실이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수업목적 저작물과 뉴스 저작물이 주는 교훈

● 지난 2010년 9월호에서 살핀 바와 같이 앞으로 대학 및 대학교 강의 현장에서 이용하는 각종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가 도입된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 제도에 따른 최초 보상금 수령단체로 지정된 사단법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2007년부터 전국 대학들과 적절한 저작권 보상금 기준을 협의해 왔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대로 감독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보상금 기준을 고시할 예정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25조는 교과서 제작업체(출판사 등) 및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은 사후에 저작재산권자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생겨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는 대학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는 국내외 모든 종류의 저작물을 복제, 전송, 방송, 배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이후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납부해야 하고, 보상금은 수령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를 통해 개별 저작권자들에게 분배된다. 이러저러한 논의 끝에 관련 당사자들의 협의가 완료됨으로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보상금 기준을 고시하면 각 대학은 한국복사전송권협회와 구체적인 보상금 납부 방법을 정하기 위한 개별협약을 하게 되며, 이 협약에 따라 2010학년도 저작물 사용분에 대해 2011년부터 보상금을 납부하게 된다. 출판계로서는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

한편, 2010년이 저물어갈 무렵 정부 및 공공기관의 뉴스 이용에 대해 이용료를 지불하는 법적 근거 신설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을 비롯한 여야 25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가 이용하는 뉴스 정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문사업자 또는 인터넷신문사업자와 일괄 이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의 신설을 핵심내용으로 삼고 있다. 만일 이 법률안이 시행되면 불법이용사례가 많은 뉴스 저작물에 대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공정한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뉴스 저작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출판계로서는 앞으로 편집과정에서 정당한 ‘인용’과 적법한 ‘이용’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 출판계에서는 그 동안 출판사의 입장에서 어떤 법적 개선노력을 기울였는지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판면권’ 논의는 고사하고 시대 조류에도 한참 뒤져 있는 현행 출판권 관련조항조차 단 한 자도 고치지 못한 채 새해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작권 수출을 통한 활로의 모색이 필요하다

●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대행한 납본 결과에 따르면 2009년도 전체 발행종수(42,191종)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7.6%(11,681종)로 2008년도(31%)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해외 도서의 저작권 수입에 의한 국내 출판의 번역서 구성비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도서 발행종수 중 번역서의 비중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5%대에 머물렀으나, 번역출판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2000년대 이후로는 30%에 육박할 만큼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번역서 발행종수가 5천 종 대에서 1만 종대로 늘어나면서 그 비중도 자연스럽게 배가된 것이다. 아울러 이는 학습참고서 등의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출판 콘텐츠의 자급자족률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 밖에 일본과 미국에 편중된 번역서 비중도 두드러지고 있다. 분야별로는 문학(2,425종), 만화(2,398종), 아동(2,330종), 사회과학(1,528종)순으로 나타났으며, 언어권별로는 일본(4,403종), 미국(3,746종), 영국(996종), 프랑스(542종), 독일(500종), 중국(376종), 이태리(155종)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 저작물의 해외에 대한 저작권 수출 현황은 어떠한가?

한국출판연구소가 국내의 주요 저작권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해외로 수출된 국내 도서는 총 1,605종 2,992권으로 추계되었다. 여기에 조사대상업체 이외의 에이전시, 출판사와 저자에 의한 직접 수출 등을 감안하여, 같은 기간에 대략 2,000종 4,000권 정도의 저작권 수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에 의한 통계 수치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이후 오늘날까지의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출판연구소의 위 조사에서 3년간(2004~2006년) 수출된 한국 도서 저작권의 수입국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32%), 대만(27%), 태국(16%), 일본(16%) 등 아시아권이 전체의 94.5%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이 각각 2.6%, 기타가 0.3% 정도이다. 이 비율은 인접국인 중국, 대만, 일본, 그리고 한류의 기류를 따라 점차 동남아로 저작권 수출 권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서양으로의 수출은 거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출판 분야별로는 아동/학습과 만화 등 주로 어린이 대상 출판물이 수출되는 저작권 전체의 42%이며, 유명인이 쓴 에세이나 한류 관련 원작소설 등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해외에서 선호하는 한국 출판 콘텐츠를 지역별로 보면 일본은 한류 관련서와 순수문학·영어학습·논픽션, 중국은 인터넷소설과 학습만화, 대만은 아동서와 영어학습서, 동남아는 인터넷소설과 만화, 미주는 만화 위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한류 붐의 파고가 낮아지면서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소설 등 한류 관련서 및 아동서 중심이던 수출 분야가 비소설, 실용(건강·취미), 경제경영, 학습, 과학, 인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저변이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조사에서 저작권 수출과 관련하여 저작권대리·중개업체들이 꼽은 애로사항이다. 곧 △저작권 수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선투자(인력, 시간, 정보)가 요구되는 수출을 위한 기회비용 지출의 과다, △외국어로 된 도서소개자료(초록, 샘플 번역 등)의 부족 및 외국어 번역자 구인난, △낮은 선불금 수준 등이 거론되었다. 이 같은 애로사항이 해결된다면 우리 저작물의 해외수출 전선에 파란불이 켜질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동안 출판문화 및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 상당액의 예산은 주로 건강한 출판인프라 조성에 필요한 분야 또는 지속적인 독서인구 창출을 위한 장기전략 마련 등에 쓰였다기보다는 시류에 휩쓸리면서 단기적이고도 즉각적인 효과를 노린 측면이 강했다. 출판계 또한 자구책 마련에 힘쓰는 한편, 변화하는 출판환경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부터는 얼마 안 되는 예산일지라도 단순히 전자책 기술 활성화 등 기술력 확충에 집중투자하기보다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보적 발전을 위한 전략을 바탕으로 독서인구 창출 및 ‘출판’의 체질적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부문에 투자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진정한 ‘출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저작권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며, 새로 등장하는 각종 권리와 더불어 ‘출판문화’ 역시 건재한 가운데 ‘책’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2011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