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상담실

저작권의 오용 또는 남용을 경계한다

작성자
대한출판협회
작성일
2017-06-12 14:58
조회
61

글/ 김 기 태 출협 저작권 전문위원, 세명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저작권의 오용과 남용이 난무하는 시대를 건너며

최근 필자는 졸저 《저널리즘과 저작권》을 펴내면서 책 머리에 남긴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은 바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저작권’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Dwarfs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말이 있습니다. 근대 이론과학의 선구자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내가 이 세상을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 말은 원래 중세 프랑스의 스콜라 철학자 ‘샤르트르의 베르나르’(Bernard de Chartres)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의 다음과 같은 표현에서 먼저 등장합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다. 따라서 그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먼 곳에 있는 것까지 볼 수 있지만, 이는 우리의 시야가 더 예리하거나 신체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거인들이 그들의 키만큼 우리를 높이 올려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베르나르는 고전(古典)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가 옛 사람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고전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곧 앞서 창작 행위를 한 선배 저작자들이 난쟁이에 불과한 후배들을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존재로 향상시켜 준 것이라는 진리를 사람들은 12세기에 이미 깨닫고 있었던 셈이지요. ‘저작권’은 바로 이러한 ‘거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자는 의미에서 출발합니다.


또 다른 졸저 《디지털 출판과 저작권》의 서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책’을 탄생시키는 출판행위는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인간 본연의 지적 창조행위이다. 읽고 느끼는 과정을 없애고 단순히 보고 즐기는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출판행위를 올곧게 그리고 튼실히 운용하려면 저작자에 대한 예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편리하고 획기적인 미디어가 생겨난다 해도 거기에 담을 콘텐츠가 마땅하지 않다면 그것은 텅빈 개밥그릇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 ‘저작권’이 있다. 하지만 출판의 자유에는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가 있듯이 저작권 또한 무조건적인 권리가 아니다. 요즈음 저작권자들의 권리 남용 내지 오용 현상이 가중됨으로써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출판과 저작권의 상관성에 대해 필자가 나름대로 제시하는 처방전이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논의와 더불어 세심한 지적을 바란다.


거듭 살피건대, 저작권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마땅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관용과 배려 또한 권리를 보다 성숙시키는 주요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 출판계 내부에서 저작권자의 무리한 요구에 의해 홍역처럼 번지는 위기의식은 자칫 ‘저작권 무용론’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느껴질 정도로 지나친 것이 아닐까 싶다.


민사상 구제제도와 형사상 처벌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민사상의 각종 구제제도와 함께 저작권 및 그 밖의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자와 저작권법의 규정에 위반한 자, 저작권법에 규정한 권리에 준하는 법익으로 특별히 규정한 것을 침해한 자 등에 대한 형사상 처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에서 다루고 있는 벌칙의 내용은 권리의 침해죄, 부정발행 등의 죄, 출처명시 위반의 죄 등, 몰수, 양벌규정, 과태료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과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민사상의 구제와는 다른 형사적인 처벌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사상의 권리침해자는 침해의 법률적·경제적 효과가 미치는 주체이지만 형사상의 범죄행위자는 원칙적으로 구체적 행위를 행한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을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자로 판단해서 처벌한다는 점이다. 다만, 양벌규정 조항에서는 예외적으로 행위자의 고용주까지도 해당조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했을 뿐이다.

둘째, 민사상의 침해정지 또는 예방의 청구에서처럼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가 범죄로서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행위자의 고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즉, 행위자가 범죄행위를 할 의사가 있었던 경우에만 처벌되며 과실에 의한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란 벌칙에서 규정한 권리침해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뜻하므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만 인식하면 되고 저작권법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셋째, 민사상의 권리 침해에 대한 법률의 적용은 국내에서 행한 행위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형사상의 처벌은 국외에서 행한 행위에도 미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국내 저작권법의 벌칙에 규정된 죄를 범한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국내로 들어왔다면 권리자의 고소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조항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최장 3년”으로 되어 있다.

물론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에 따라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경우나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끝난 경우, 상속인이 없거나 법인이 해산된 경우 또는 저작권의 포기 등으로 권리가 소멸된 경우, 그리고 법정허락에 의한 경우 등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법률상 위법이라고 할 수 없어 권리침해로 인한 형사처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손해배상은 입증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침해행위 당시에 피해자에게 저작권이 존재할 것

둘째,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것

셋째, 권리침해에 따른 위법성이 있을 것

넷째, 권리침해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을 것

다섯째, 권리침해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이를 피해자 측이 입증할 수 있을 것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 다음에 가해자의 침해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의 범위가 산정되는 것이다. 아울러 ‘손해액’과 관련해서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저작물의 무형적 특성 때문에 저작권 등이 침해된 것이 틀림없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피해자가 아무리 입증하려 해도 자신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비교적 무단복제가 손쉬운 출판물과 음반에 있어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복제한 경우에 그 부정복제물의 부수를 산정하기 어렵다면 출판물은 5천 부, 음반은 1만 매로 추정해서 손해배상의 근거로 삼을 수 있도록 했었다. 하지만 이는 출판물이나 음반 이외의 저작물에는 적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숫자도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등 별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2003년도 개정법에서는 관련규정을 전면개정해서 ‘손해액의 인정’이라고 하여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을 둘러싸고 각각 수만 건의 형사고소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요즈음, 아무리 저작권 침해가 일어났다 해도 막무가내 식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일부 저작권자들의 행태는 곧 자기 권리에 대한 과신이자 오용 또는 남용의 여지가 많다. 업계 관행을 고려해서 협의에 따라 합리적인 배상액을 요구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이용자들 또한 언제 어디서든지 저작권이 잠재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매사에 신중하되 남의 저작물을 가져다 쓸 때에는 기본적으로 출처를 명시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용허락을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창작행위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분쟁의 여지 또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