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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트뢰이아동도서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0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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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트뢰이아동도서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

몽트뢰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프랑스에 있는 도시라고 설명을 붙이면, 대부분 파리에서 몇 시간이나 더 가야 하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몽트뢰이는 파리 외곽에 있는 위성 도시이다. 몽트뢰이는 불어로 “banlieu”라고 불리는데, 이단어는 사전적으로는 교외를 의미하지만, 프랑스 사회에서 banlieu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이 비싼 파리에서 내몰린 빈민 계층, 이민자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 banlieu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이 낙후되어 있고 각종 사회 문제가 많고 범죄율도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도시에서 도서전이 개최된다고 하니,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프랑스로 출발하기 전에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도서전이 개최되는 거리의 이름은 rue de Paris, 파리 거리인데,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좁고 매우 낙후된 거리이다. 전시장 역시 외관상으로는 지방 도시의 문화 회관을 연상시켰다. 내 의구심이 맞나 보다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런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사라졌다. 전시장 시설이 유럽 대도시들에 있는 대규모 전시장에 비해 낙후된 것은 사실이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의 모든 아동 도서 출판사들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짜임새 있게 전시대를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몽트뢰이아동도서전은 11월25일부터 30일까지 엿새간 개최되었다.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였고, 독자들을 배려하여 금요일은 밤 10시까지, 토요일은 저녁 8시까지 운영되었다. 전시장 규모는 서울국제도서전과 비슷한 규모로 15,000평방미터였다. 올 해 25주년을 맞은 몽트뢰이아동도서전의 주제는 “축제”였다. 이를 위해 전시장 지하에는 “Jubilo!”라는 특별전이 마련되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원화작가 25명의 작품 362점이 초대 전시되었으며, 전시 수준은 매우 뛰어났다. 또한 이탈리아를 주빈국으로 초청하였고, 이탈리아 주빈국 슬로건은 “Italia, che festa”로 역시 축제였다. 이탈리아 역시 자국의 원화가, 아동문학작가 25명을 각종 행사에 참여시켰다.

매년 봄에 개최되는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어린이들은 입장이 불가능한 저작권 거래 전문 도서전인 반면, 몽트뢰이아동도서전은 어린이들을 위한 일반 대중 도서전이다. 어린이들을 배려한 크고 작은 기획전 및 다양한 이벤트들이 개최되었다. 도서전 오전 시간에는 몽트뢰이와 파리 등의 학교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고, 오후, 주말, 도서전 마지막 날에는 서점관계자, 도서관 사서, 원화가를 포함한 성인들이 주로 방문하였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아동도서 출판사가 참가하는 도서전인 만큼, 프랑스 국내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에 있어 매우 중요한 도서전이어서, 이를 반증하듯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영국의 원화가들이 본 도서전에 대거 방문하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 3월 볼로냐아동도서전에 주빈국으로서 성공적으로 참가한 후, 그 여세를 몰아 이번 몽트뢰이아동도서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였다. 프랑스는 비 아시아국가로서 한국 아동도서를 가장 많이 번역 출판한 국가(100여종 이상)이며, 다른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며, 관심이 높기 때문이었다. 몽트뢰이아동도서전에는 주로 프랑스어권(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아랍, 아프리카) 출판사들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이탈리아와 더불어 비 프랑스어권 국가였다. 처음 참가하는 만큼 한국관의 규모는 약 27평방미터로 서울국제도서전 기본 부스 3대 크기의 규모였다. 여원미디어가 한국관에 참가하여 자사 도서를 전시하였으며, 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 원화전을 위해 선정된 한국의 대표적인 원화가들의 작품이 실린 아동도서와 기타 도서들을 전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아동도서는 어린이들만 보는 책정도로 인식되지만 프랑스에서는 성인 독자들도 자신을 위해 아동도서를 많이 구입하고 있다. 프랑스 서점 관계자 및 프랑스국립도서관 관계자 말에 따르면 프랑스 내에서 한국 도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반증하듯 프랑스에서 번역 출판된 한국 아동도서를 구입한 프랑스 독자들이 전시된 한국어 원서 아동도서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아동도서에는 독특한 색채, 감성, 정서가 있다는 프랑스 서점 관계자의 평이 있었으며, 일반 성인 관람객들의 한국 아동도서 원화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우수한 한국 아동도서가 전부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거나, 심지어 한국아동도서를 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프랑스 독자도 있었다. 이런 프랑스 독자들의 한국 어린이 도서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출판 관계자들의 방문도 눈에 띄었는데, 한국 아동 도서전 번역 출판에 관한 상담이 20여 건 이루어졌다.

보통 출판계에서 도서전을 평가할 때 저작권 거래가 활발한 도서전을 매우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도서전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몽트뢰이아동도서전을 아동도서 축제로서 매우 성공적인 도서전으로 평가하고 싶다. 출판사들은 해외 도서전에 참가할 때 주로 해당 국가 혹은 해외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몽트뢰이아동도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프랑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도서 홍보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한국 도서에 대한 일반 독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이는 프랑스 내에서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된 도서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프랑스 출판사의 한국 도서에 대한 관심 및 저작권 구입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프랑스 내에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된 도서 목록을 수집하여 카탈로그를 제작하여 몽트뢰이아동도서전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배포함으로써 프랑스어 판 한국도서 구매를 유도하여야 한다. 한국 도서 홍보 및 인지도 제고, 문화 홍보를 위해, 한국의 대표적인 동화를 프랑스어로 들려주는 동화 구연 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 출판사가 직접 자사 도서를 프랑스 출판사 및 사서들, 서점 관계자들, 독자들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행사(전시장 내 혹은 외부)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B2B 방식의 도서전 참가와는 다른 시도로서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여 몽트뢰이아동도서전에 지속적으로 참가한다면, 한국 도서의 프랑스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더 나가 프랑스어권 국가들(벨기에, 캐나다, 중동지역, 아프리카)과 인접 국가들로의 진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어린이들의 한국의 전래 동화 하나쯤은 알게 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 대한출판문화협회 해외사업부 문승현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