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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협 창립 70주년 기념식 회장 기념사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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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입니다.

오늘 많이 춥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하는데 이 추위를 뚫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참석해주신 원로 출판계 선배님들, 그리고 정부를 대표해서 참석해주신 나종민 차관님, 그리고 박대춘 서점조합연합회 회장님 이하 출판단체 회장님, 우리 동료 출판인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올해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창립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도 올해 70주년 기념행사를 했습니다. 8월15일 정부 수립일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창립이 먼저라서 우리 출판인들은 정부 수립보다 출판협회가 먼저 설립되었다면서 자랑해왔습니다만, 사실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 우리의 말과 글을 사용하는 민족이 있어야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사실 우리 출판인들은 멀리는 조선시대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는 출판사들로만 봐도 가깝게는 구한말, 일제 강점기부터 출판활동을 계속해왔고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그 시기로부터 해방과 좌우익의 혼란, 정부 수립 그리고 한국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 계신 여러 선배님들이 만들어 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우리나라 출판의 중심으로 자리잡았고 우리의 문화를 이끌어왔습니다.

저는 사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회장으로 지난 2월22일 당선되기 전까지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협회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1991년 출판을 시작한 한 한 출판인으로서 출판인회의라는 단체에 가입을 먼저 했고 – 출협은 그로부터 몇 년 뒤에 가입했습니다. – 그 단체의 회장까지 맡았는데 출판협회와도 뜻이 모아지지 않아서, 출판진흥원도 출판정책도 출판인들의 뜻과는 아무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으로 보이는 현실이 답답해서 출판단체들의 목소리를 합쳐보자 힘을 모아보자 그래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보자는 뜻을 가지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제 회장이 된 지 9개월이 지났습니다. 출협에 대해서도 출판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던 저이지만 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몇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출판계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법 개정이든, 예상증액이든, 해외진출이든, 작은 출판사 지원이든 크고 작고 여러 다양한 출판사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학술이든 단행본이든 어린이분야든, 독서운동이든 전자출판이든… 최근 몇 년동안 우리에게 도움은커녕 걱정거리였던 출판산업진흥원 문제만 하더라도 출판계가 힘을 합쳐서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듭니다. 다행히 지금은 출판계가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출협에 오기 전 바깥에 있을 때에는 ‘출협 사람들’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출협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겠죠. 아마 출판인회의만이 아니라 각 출판분야마다 이런 말을 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출협 사람들은 없습니다. 출협 사람들이 어딨나 찾아와보니 제가 출협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출협은 어느 특정 출판분야나 그룹 사람들의 조직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외피나 도구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출협은 아마 앞으로도 거기 참여해서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활발한 참여가 출협에는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임자가 따로 없는 조직입니다.

90년대 이후 양적으로 부쩍 성장한 출판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각자도생의 시기를 끝내고 함께 힘을 모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또 중요한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출협에 와서 깨달은 확실한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 이래서 출판계가 망했구나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출협 사무국이 아무 일을 할 수가 없는 조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업계가 성장하고 업계가 어려워짐에 따라 정책 예산 입법 등 많은 역할을 요구받았지만 조직이 그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죠. 어떤 업계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이는 역량을 갖추기 못하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에 머무를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출협의 사무국이 혁신되고 또 정책 역량을 갖추기 위한 연구소의 설립은 업계가 앞으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무국 개혁과 정책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하다 망하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는 것이지 다른 누구 정부도 정치권도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출판계는 출판진흥을 위해 출판산업진흥원을 만들었습니다. 그 설립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도 이런 진흥기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해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출판계의 고민이나 문제들을 정부기구가 앞장서서 우리 대신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힘으로, 우리 돈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죠. 그런 점에서 진흥원 같은 기구가 제대로 자리잡는 문제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같은 민간업계의 자주적 조직이 제 자리를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은 그 동안 문화의 기본이자 기반이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우리 경제가 국제화되면서 출판산업의 비중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위치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제 창립 70주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마 그 길이 얼마나 영광되고 의미있는 길이 될 것인가는 우리 출판인이 새로운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출판인이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앞장 서서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 후배 동료 출판인 여러분 이 길을 함께 열어 가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2017. 12. 12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